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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푸른 하늘에
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
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.
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
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
당신 손 안에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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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
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.
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
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
다림질하는 가을..
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
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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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.
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
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..
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
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가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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흙의 향기에 취해
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..
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
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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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사합니다, 당신이여..
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
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..
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..
감사합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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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
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
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.
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
가까운 당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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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
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
당신은 누구입니까..
나의 매일을
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
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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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.
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
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
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
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
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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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
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
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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죽은 이들이 나에게
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
당신께 편지를 쓰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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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
아직은 마지막이 아닌
편지를 쓰겠습니다...
* 이해인 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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